[기록] 앤의친구들(기록: 심이안, 최대용)

2025-10-21
조회수 193

 

대상: 신주영 (앤의친구들 대표)

 날짜: 2025년 8월 22일(금)

 장소: 홍지동 이금자님 댁, 웰니스센터

기록: 심이안(사진), 최대용(글)

 

섭씨 삼십도에서 사십도 사이 어디쯤의 날씨에 발갛게 익은 볼을 하고 잰 발걸음으로 홍지동 언덕을 올라가는 이를 따라가느라 숨이 턱에 찼다. 앞서 가는 저 이는 종로구청에서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심사하고 나서 바로 주민 모임 몸살림밥상으로 뛰어가는 중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종로에서 굵직한 사업을 여럿 해 온 여성주의 모임 <앤의친구들> 신주영 대표를 만나보았다.

 

‘앤의친구들’이라는 이름이 독특하네요. 무슨 뜻인가요?

처음 모임을 만들 때 우리는 ‘빨강머리 앤’처럼 도전적이고 활동적인 여성들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은 다양성을 뜻하는 N이기도 합니다.

 9238492b447ed.jpg


앤의친구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서울시 차원에서 자치구 성평등정책을 평가하고 제안하는 활동이 있었는데, 2018년부터 앤의친구들도 참여하면서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을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풀뿌리 여성주의’활동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성차별적인 요소들을 감지하고 이를 평등하게 바꿔나가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마을활동들이 뜸해지기도 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그 때 글쓰기 모임과 줌독서모임을 활발하게 진행했어요.

 90e3adc86a231.jpg


그동안 앤의친구들은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2021년도까지 종로구 구정에 대한 성평등 정책제안에 참여했어요. 2019년 10월부터는 성평등 도서 독서모임을 했고 청소년 성교육도 진행했어요. 종로구 양성평등기금지원사업으로 많은 일을 했어요. 2020년<가을여행(女行), 종로에서 만난 여성의 숨은 역사>에 참여했는데 2023년부터 종로구 여행(女行)길로 운영되고 있어요. 여행길은 ‘여성이 다녔던 길’이란 뜻으로, 종로에서 활동했던 여성들의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가는 종로구 특화 여성 친화 테마길입니다. 이밖에 여성주의 뉴스레터도 발행했고 구의회 성인지 모니터링, 주민건강자조모임 운영, 동네 정원사 활동 등 행정이 하지 못하는 다양한 사업을 우리의 아이디어로 진행했어요.

그 중에서‘종로구 여행길’은 민관거버넌스의 모범사례가 되었고‘여성의 말하기 강의와 워크샵-마이크ON’은 전국민주시민교육박람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80ab55164538f.jpg


정말 많은 일들을 하셨네요. 현재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2025년도 앤의친구들의 핵심 키워드는 ‘성평등, 돌봄, 마을, 생태’에요. 올해는 ‘성평등 마을 만들기를 위한 워크샵’에 이어 종로구 바깥 지역의 성평등 활동가, 단체, 공간 탐방을 하면서 우리의 상상력을 넓혀보려고 해요.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로구 성평등 정책제안을 준비 중이기도 합니다.


b632953a5b192.jpg


올해 성평등마을만들기 워크샵을 진행 중이신데 어떤 내용인가요?

풀뿌리여성네트워크바람 교육팀을 초빙해 총 3회의 워크샵을 진행했어요. 여러 도구를 사용해 나의 성인지 감수성을 체크해 보고, 마을 안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 목소리 내지 못하는 분들이 소외되지 않고 어떻게 마을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참여자분들이 아주 진지하게 임해주셔서 마을 안의 성차별을 점검해 볼 수 있었고 그런 시도를 통해 우리의 실생활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워크샵 후에는 5회의 성평등활동지역 탐방이 예정되어 있어요. 탐방도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될거에요. 워크샵에 참석하지 않았던 분들도 많이 참여하시면 좋겠어요.


 cb1fbb57d5bc5.jpeg


앤의친구들의 구성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앤의친구들의 다양한 성평등 활동에 관심이 있거나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이에요. 저를 비롯해 종로구 거주자가 많아요.

bd9e5afa88f3c.jpg


오늘 이 자리는 몸살림밥상인데 잔칫집같네요. 몸살림밥상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운영되고 있나요?

2023년 <빛나는 시니어-자기돌봄 프로젝트>라는 주민건강자조모임을 운영하면서 여기서 만난 동네분들과 함께‘행복한 동행’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함께 만들고 함께 먹는 공동체 밥상은 서로를 돌보고 마음을 나누는데 꼭 필요한 활동이죠. 십시일반 식재료를 준비해 밥상을 차리다가 2024년에는 한살림 지역활동으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기도 했고 지금은 자발적으로 회비도 내고, 나누어 먹기 위해 먹거리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간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일도 있었을텐데 무엇이었나요?

종로구에서 주로 활동하지만 지역 거점 공간이 없어 활동이 더 성장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워요. 또 성평등은 완성형이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점검하고 서로 맞춰나가는 의식적인 노력이 일상적으로 필요합니다. 구성원 간에 생각의 차이를 좁혀 나가는게 쉬운 일은 아니죠.

 

ed1d6ca5146ce.jpg


앤의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가입하면 되나요?

저희는 단톡방을 플랫폼 삼아 함께 하고 싶은 글이나 정보를 올려요. 현재 특별한 멤버쉽이나 회비는 없어요. 대표에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앤의친구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우리는 늘 풀뿌리 여성주의적 인식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우리의 활동을 통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 어디에나 성인지 관점과 목소리가 반영되면 좋겠어요. 또 돌봄이 지역사회의 화두가 된 지금, 평등한 돌봄과 주민참여 돌봄에 대한 지역사회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7e8f52fc3820d.jpg


옆에서 부침개를 뒤집자 치이익 소리와 함께 갖가지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주민 한 분이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여러 벌 가져온 알록달록한 꽃 티셔츠와 꽃바지를 서로 입어보며 폭소가 터진다. 한 쪽에서는 아픈 곳에 파스도 붙여주고 살펴준다. 어루만져주는 손길에 벌써 아픔이 칠할은 날아간다. 누군가 고민을 말하면 나이대가 다른 여성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그를 위로하거나 격려한다. 지나간 생일도 즉석 케이크로 축하해준다. 여성이 여성을 서로돕는 자리다.

앤의친구들은 이런 지지모임들을 만들고 지원하고 사람들이 생각을 넓힐 수 있도록 안으로 밖으로 다람쥐 같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오늘도 이 고개까지 오기 위해 차량 서비스가 필요한 분들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언젠가는 좋은 위치에 앤의친구들이 바라는 거점 장소가 꼭 마련될 수 있기를 함께 바라게 된다. 그래서 서로 돌보는 안전하고 행복한 동네살이가 지속되면 좋겠다. 종로가 성평등한 마을로 자기 동네에서 나이들어가는데 부족함 없는 지역이 되기를 바란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