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뽀글이 아줌마 봉숙이에서 요단강 크루즈까지(기록: 류보람, 박현신)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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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주민극단 연 대표 김미라

날짜 : 2025년 7월 31일 (목)

장소 : 무악동 나무와 열매 어린이도서관

기록 : 류보람(사진), 박현신(글)

 

“그 시절 동네 목욕탕을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없고 그때는 있었던 그곳‘목욕합니다. 중앙탕’. 1988년 겨울, 명절을 앞둔 중앙탕에 아침부터 동네 사람들이 몰려든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10년 동안 한 번도 늦은 적 없던 계숙이가 보이질 않는다. 계숙이가 없어졌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속이 타는 김시스터즈 계원들! <목욕합니다.중앙탕>은 ‘중앙탕’을 소재로 한 허구의 연극입니다. 이 연극은 2020년도 서울시 한옥마을 공동체 지원사업으로 주민극단‘연’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2015년부터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연극을 만들고 우리네 이웃들과 ‘연’을 이어가는 따뜻한 문화예술공동체다. 단지 연극이 좋아서 주민이 모여 극단을 만든 공동체라니! 극단 앞에 ‘주민’두 글자가 정말 신선하다.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한 주민극단‘연’은 어떤 주민들이 모여 있길래 오랜 시간 동안‘연극’을 매개로 똘똘 뭉쳐있을까? 힘차게 극단을 끌어가는 멋진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호기심과 설렘을 안고 극단대표이며‘목욕합니다.중앙탕’에 홍주 역(役)을 했던 김미라 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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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사진촬영까지 하는 줄 알았으면 오랜만에 드레스를 입고 와야 되는데 예쁘게 찍어주세요”

 

벌써 연극배우 기질을 풍기며 주민들과 어떻게 모여서 극단을 만들게 됐는지 답해주셨다.


서울시에서 2013년에 주부들을 위한 연극 공연사업이 있었어요. 모집 공고를 보는 순간 눈에 확 들어왔어요. 어릴 때부터 연극 하는 게 꿈이었는데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은 거죠. 같은 꿈을 가졌던 주부들이 모여 사업에 참여했어요. 사업 종료 후에도 연극의 열망을 가지고 모인 분들의 에너지는 흩어지지 않았어요. 공동체 사업 경험이 자양분이 돼서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고 무엇보다 공동 관심사로 주민 한 분 한 분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2015년에 극단 ‘연’을 창단해서 굉장히 재미있게 출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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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운영은 지원사업 위주로 하시나요?


네 자비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서울시와 종로구에서 하는 지원사업의 도움으로 시작했어요. ‘종로구주민소통센터’가 과거에 ‘종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일 때 사업이 상당히 활성화됐던 시기였어요. ‘북촌길 31번지’,‘석정유혼’ ‘목욕합니다. 중앙탕’작품들은 우리 문화유산을 홍보하는 지원사업으로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에 녹여서 만든 사전 기획 창작극이에요. 작년에‘미로찾기’작품은 양성평등 기금사업으로 했어요. 대내적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극을 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시나 구의 정책을 알리는 계기가 되니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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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은 남다르게 기억하실 거 같아요.


참여자의 연령대가 30~40대여서 그 나이에 어울리는 작품을 하자고 결정은 해놓고 대본 써줄 분이 없는 거예요. 막연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주변 지인에게 수소문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청주에 교수님을 알게 돼서 무작정 찾아가서 사정을 했어요. 주민 극단인데 쓰신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든다 했더니 흔쾌히 무상으로 각색을 해서 첫 무대에 올린 작품이 2015년도‘뽀글이 아줌마 봉숙이’와 2017년도 ‘봉봉 시스터즈’예요. 유머와 재미있는 스토리로 저희가 원하는 대로 대본이 나와서 연기하면서 아주 잘 맞는다는 기분으로 신나게 연기해서 정말 기억에 남아요. 세 번째 작품 ‘엄마의 이력서’를 하면서 알게 된 분은 지금까지 모든 작품을 쓰셨어요. 저희 극단의 성격과 특징을 잘 아셔서 최적화되어 있는 분과 오래 인연을 맺고 있어요. 원고료를 충분히 드리지 못해서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작은 극단에서 매번 우리만의 색깔을 새롭게 입혀가며 극단 연을 위해서 쓰신 창작극이라는 것에 너무 감사하죠.

 

극단 초기의 작품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초연이지만 대충 만들어서 무대에 올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연출자가 음향이나 영상은 외부 스텝을 모셔오기도 했고, 저희도 점점 기량이 좋아지면서 자체적으로 스텝 일을 해 나갔어요. 무대 세트에 필요한 도배도 하고 조명도 달았죠. 사실 무대는 돈을 쓰는 만큼 결과물이 좋게 나오긴 하지만 욕심은 한두 끝도 없고 항상 예산에 맞게 하려고 하죠. 그래도 연극이라서 무한 가능한 게 있어요. 의자를 자동차로 설정하면 관객이 그렇게 봐주니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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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한편씩 열 개의 작품을 하면서 보람된 순간을 말해주세요.


극단 운영의 목적은 연극에 관심 있는 주민이 모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웃들과 문화 향유를 함께 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노인복지관에서 ‘봉봉 시스터즈’공연을 했는데 새롭고 재미있게 보시는 것 같더라고요. 어르신들이 연극을 접하기가 어렵잖아요. 그 이후 공연에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지역에 저희 극단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어서 뜻깊어요. 또 소소한 마을 행사에 참여하면서 역할을 주신 것도 감사하죠. 사실 작년에 딱 10년 되니까 약간 고비가 왔었어요. 계속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힘들게 했는데 새로 들어온 회원들과 공연 후 회식 자리에서 “오늘이 내 환갑잔치, 칠순잔치 같았어.”라는 말을 들었어요. 결혼식 이후 축하받을 일이 없는데 무대 위에 서 있는 나를 보러 꽃다발을 사 들고 온 거죠. 육아와 살림에 지치고 힘들었는데 “너를 보러 왔다, 너무 잘하더라”라는 관심과 칭찬 세례를 많이 받았어요. 잃어버린 나를 되찾은 기분과 삶의 의욕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며‘주인공은 나야 나’를 외치고 있는 표정이었어요. 그날은 저에게 다시 잘해보자는 다짐이 생겼고 긍정적인 기운을 듬뿍 받은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관객분 중에 연극에 관심이 있다며 저도 참여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문의를 받을 때마다 충전이 되고 보람을 느낍니다. 그만큼 우리 공동체가 잘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연극은 좀 끼가 있는 비슷한 성향의 분들만 오시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 웬만하면 안 밀리는 편인데 여기서는 제가 밀려요. 발산하는 기에 눌려 힘들다니까요. (웃음) 

 

주체가 안되는 끼에 눌려 힘든 것 말고 어떤 게 힘드셨나요?


연극이라는 게 뭔가 합을 맞춰서 다 같이 힘을 모아서 해야 하는 거잖아요. 여러 사람과 조율해 가며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변수가 생깁니다.

매번 서로 균형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배려와 화합을 염두에 두고 많은 연습 끝에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받는 순간 고생했던 일들이 그냥 다 괜찮아지는 거예요. 엄마들이 힘들게 아이 낳고 잊어버리는 거처럼 후련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서 또 한 작품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표 자리에 있다 보니 수익사업을 하는 게 아니고 기획부터 모든 일을 열의로만 해야 하니까 힘든 순간들이 오죠. 그래도 주민과 공동체 경험이 쌓이니까 마을활동가까지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내가 무슨 활동가를 할 수 있나 했는데 이 지역에서는 인왕 네트워크 단체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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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매개로 주민공동체가 10년 이상 나아가는 동력이 뭘까요?


공동체로 만든 주민 극단이지만 실력만큼은 아마추어는 아니라고 자부해요. 주민들이 모여서 어릴 적 꿈을 이루는 장을 만든 것이 정말 뿌듯하고 무대에 서는 순간 의미와 성취감을 느끼는 게 큰 동력입니다.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인생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는 게 재미있는 거예요. 더 확장해서 전문적인 극단 창단을 할 수도 있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빨리 연습실 가서 대본을 읽고 싶다는 즐거운 기분으로 자유롭고 소소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그 정도까지가 좋은 거 같아요. 또 종로구에서는 유일한 주민 극단이기도 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1살이 된 주민극단‘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우선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지역에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평생 자기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면에서는 그 꿈을 이루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니까요. 주민공동체 지원 사업이 도움을 주고 그 기회를 계속 만들어 주는 거잖아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좋아하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활동하는 행위가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극단 참여자들은 연극을 통해서 다양한 인물의 삶을 경험하니 늘 새롭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어서 설렌다고 해요.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매년 새로운 창작극을 정해진 예산으로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려운데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을 찾아서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교육사업이나 문화행사에 참여해서 기반을 만들고 내용이 너무 공익적인 것보다 재미와 감동을 주는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서 많은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연기자 모집할 때 오디션 보나요?”

“안 봐요. 누구나 환영합니다.”

“대표님 그럼 저도 한번 극단 문을 노크해 봐도 될까요?”

“그럼요, 언제든지 오세요!”

 

주민 극단 ‘연’은 매년 한 편의 연극을 기획, 제작하고 3회의 공연을 하고 있다. 일반 극단의 공연에 비하면 적은 횟수의 공연이지만 종로구에서 가장 끼 많은 주민은 이곳에 다 모여 있는 거처럼 전문 극단 못지않은 공연자의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극 속의 인물을 연구하고 감정 이입을 하면서 다른 자아를 경험하는 설렘과 매번 끌리는 매력으로 11년째 공동체를 날마다 새롭게 성장시키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인 주민들이 공동체의 꿈을 이루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은 꿈이 있을까? 그동안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고하신 주민 극단 ‘연’ 공연자분들을 위해 작품명 하나씩 크게 불러 드리고 싶다. ‘뽀글이 아줌마 봉숙이’‘엄마의 이력서’‘봉봉 시스터즈’‘북촌길 31번지’‘석정유혼’‘목욕합니다.중앙탕’‘코로나19, 1호가 될 수 없어’‘코로나뒷담회’‘조선성씨표류기’‘미로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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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025년 11월 7일과 8일 ‘경복궁 아트홀’에서 11번째 작품 

‘요단강 크루즈’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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