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이웃을 사랑으로 품어주는 동네 (기록: 조영남, 하민)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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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5년 7월 17일 오전 10시

장소 : 사랑나눔회 사무실

대상 : 숭인동 사랑나눔회 문학철 회장

기록 : 조영남(글), 하민(사진)

 

새벽까지도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제법 요란하게 들렸었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의 자락에도 비 냄새가 흠씬 배어 있었고, 올려다본 하늘은 비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진회색빛이었다. 쉬이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았다.

여전히 세차게 내리는 비를 뚫고 숭인동 사랑나눔회 회장님을 만나러 가면서 미심쩍은 마음에 확인 전화를 해보았다. 비가 많이 오는데 목요 밥상이 열리는 삼계탕 나눔 행사에 동네 어르신들께서 참석하실 수 있을까 염려가 되어서였다. ‘비가 와도 많이 오실 겁니다.’라는 확신에 찬 문학철 회장님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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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눔회라는 단체는 언제 설립되었고,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처음 설립은 2022년 6월 종로보건소에서 주관한 소격회 (소지역 건강 격차 해소 사업) 라는 시범 사업을 했었어요. 그때 처음 숭인동 사랑방이라는 간판을 걸고 첫 활동을 시작했죠. 활동회원들이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대상자 10여 명을 정해 안부 전화를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면서 점점 주민들과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집안이 누추하고 지저분하다고 거부하시는 분도 있었고, 나는 괜찮으니 안 와도 된다. 오지 말라고 하는 분도 있었지만, 꾸준히 접촉하고 활동하면서 2년이 지난 지금은 그분들과 가까운 사이가 됐어요.

더 친숙해진 계기는 한 달에 두 번씩 목요일에 목요 밥상이라는 식탁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부터였다고 할 수 있어요.

목요일이 되면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합니다. 밥 냄새와 웃음소리가 가득한 그 시간만큼은 누구도 혼자가 아니죠. 함께 밥을 먹으면서 친교를 나누는 게 이웃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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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눔회 회원들이 이웃의 어르신들을 방문하신다고 하셨는데 선정기준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숭인동 내에 65세 이상 독거노인 600명이 살고 계십니다. 그분들을 모두 저희가 찾아뵙거나 봉사할 수 없고 복지관과 동사무소에서도 관리하고 보살펴드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되는 분들이 있게 되잖아요. 사랑나눔회에서는 그런 분들을 찾아뵈었어요.

그 당시에는 공간사용료라든가 식자재 구입비등 일부를 보건소에서 지원받아서 활동했었어요. 지금은 회원들이 많아지면서 자체 회비를 걷기도 하고, 무료로 봉사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차츰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20명이었던 활동가들이 70명으로 늘어나게 되었어요. 우리 단체가 돌봐드려야 하는 대상자도 200명 정도로 늘어났고요.

2024년 6월부터는 회원제로 운영하기로 하고 숭인동 사랑나눔회라는 이름으로 73명의 회원이 창립총회를 하게 되었어요.

활동가 한 사람당 10명의 대상자를 돌보아 드려야 하니까 현재는 회원이 더 많이 늘어났지요. 회원 수가 많아질수록 어려움도 커졌어요. 공간도 좁고 회비는 5,000원이라 재정은 늘 빠듯합니다. 그래서 경로당 등록을 해서 지원을 받는 방법을 알아봤는데 지금의 요건은 알맞지 않다고 해요. 지금은 회원들이 가져온 빈 병, 헌 옷, 프라이팬 등 쇠붙이를 모아 팔아 충당하고 있는데 큰 액수의 돈은 아니지만, 함께 하는 마음이 더 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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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눔회에서 주로 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처음 시작한 목요 밥상을 꾸준히 운영하면서 연로하신 분들이 혼자 식사하기 어려워하셔서 매일 밥상이라는 것도 운영합니다. 열 분 이상 열다섯 분께서 매일 식사를 하십니다.

보건소의 지원을 받아 통증 관리라는 프로그램과 매주 금요일에는 어르신들 각자의 몸에 맞는 운동을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의자에 앉아서도 할 수 있고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도 운동하는 방법도 알려드립니다.

스마트폰 배우기는 매주 월요일에 실시하고 있고, 한글 배우기 교실도 운영했었는데 현재는 배울 학생이 없어서 중단된 상태입니다만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다시 운영할 계획입니다.

사랑나눔회에서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일이 먹거리 나눔이나 보건소와 연계해서 질병 치료 이외에도 또 다른 차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일을 하면 좋을까 회원들과 고민하다가 ‘품앗이’라는 활동을 하기로 하고 시작했어요. 현재는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또 애착이 가는 활동이 되었습니다.

품앗이라는 게 서로서로 주고받는 우리나라 전통의 이웃 사랑 방식이잖아요. 사랑나눔회 품앗이 회원들의 평균연령이 73세입니다. 회원 중에는 전기를 잘 고치는 사람도 있고, 집수리나 설비를 하시던 분도 있으니까 전등을 교체해 주고 싱크대나 화장실에서 물이 새거나 집안의 가구를 교체하거나 옮겨야 할 때 돈을 주고 일꾼을 부르기 전에 우리 회원들이 서로 의논해서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바로 출동합니다. 도배나 페인트칠까지 할 수 있는 회원이 있어서 회원끼리도 서로 불편한 일들을 해소하면서 유대가 더 강화되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사실 품앗이 회원들도 자기 집에 전기 퓨즈 끊어져서 불이 안 들어와도 그냥 적응하면서 불편하게 살고 있었고, 수리업자 부르면 돈이 들고 번거롭고 하니까 자잘한 그 정도의 불편함은 참고 살고 있었다고 해요.

처음에는 이런 회원들의 불편함을 서로 해결해 주다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제는 팀워크가 제대로만 맞으면 어르신들의 불편함까지도 해소해 드리기 위해 출동하게 된 겁니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라 이웃과의 정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라서 모두 다 뿌듯해합니다.

주민들에게 다가가기에도 이런 품앗이 활동이 적합하고 아주 좋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회원들의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기술적으로도 향상되고 있어요. 선풍기가 고장 난 것도 고쳐드리고, 에어컨 필터 청소도 해드리고 겨울 되면 보일러 고장도 간단한 건 고치고, 손 봐드릴 수도 있어요. 곰팡이가 핀 집은 벽지를 뜯어내고 방습지를 붙인 후에 도배를 해드리기도 하고, 화장실 청소는 물론 물이 새거나 막혀서 안 나오면 출동해서 해결해 드리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집이 더럽고 지저분해서 부끄럽다고 집에 방문을 꺼리시던 분도 이제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사랑나눔회에 도움을 요청하시기도 합니다.

품앗이 활동을 하다 보면 보람뿐만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사례도 있었어요. 며칠째 집 밖에 안 나오시던 어르신이 궁금해서 찾아가 보니 뇌경색을 앓고 계셨어요. 119를 불러 병원에 모시고 가서 다행히 회복하셨었고, 가져다드린 도시락이 며칠째 그대로 있는 걸 발견하고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아 문을 열었더니 암을 앓고 누워 계신 분의 심각한 상태를 발견하고 병원에 모셔 입원하도록 했어요. 이런 일을 겪으면서 고독사 없는 숭인동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동네에 소문이 나면서 회원도 늘어나고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도움을 받은 분이 또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 사랑나눔회라는 단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이런 일들은 주민센터에서 하기보다 스스로 어우러지면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바람직하고 애착을 갖게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얘기한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내에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어려워서 도움을 못 드리는 문제도 가끔 있습니다. 한밤중에 문이 안 열린다고 해서 가보니 열쇠가 고장 났던 겁니다. 그런 일은 전문적인 기술자가 와야지 우리가 도와드릴 수가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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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의 지원을 받다가 현재는 지원을 받지 않고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지원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고 있네요.

전에는 보건소의 지원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자립적으로 하고 있어요. 이 공간의 사용료도 저희가 내고 있어요. 그러다가 종로구주민소통센터의 자금을 지원받게 되어 많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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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창밖의 빗줄기는 잦아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비를 뚫고 벌써 많은 동네 어르신이 찾아와 테이블 앞에 앉아계셨다. 그분들의 앞에는 이제 막 끓여서 퍼내온 삼계탕이 맛있는 국물 냄새를 내뿜고 있었다. 누군가는 젓가락으로 닭고기를 발라 옆 사람 밥그릇에 올려주었고, 또 다른 이는 오래된 추억을 이야기하며 큰 웃음을 터트리고 계셨다. 무대에서는 노래자랑을 하면서 함께 손뼉 치며 흥겹게 따라 부르는 노랫소리도 빗소리와 웃음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널리 퍼져나가고 있었다. 숭인동 사랑나눔회 이 공간은 이웃이 이웃을 품어주고, 서로 도와주는 진정 사랑이 넘치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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