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무악동 거주 한의사 김삼태 씨(62)
하루에 매일 십 킬로 이상 달린다. 그것도 35도에 육박하는 이 더위에.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경복궁 돌담. 종각 사거리. 사직동 낮은 집들 좁은 골목 사이사이. 낙산 성곽 아래. 달리다 보면 독립문에서 시작해 사직터널을 거쳐 경복궁, 거기서 북촌으로 이어지고, 다시 거꾸로 되밟아오면 하루 20킬로 정도는 종로의 산길과 도로를 맨발로 누비게 된다.
그럼 하루 종일 달리기만 하냐고. 직장인 한의원에 나가 진료를 보고, 집에 들어와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집 안에서. 그리고 이번에는 서른 명 넘게 들어와 있는 단톡방을 열고서. 직접 달리는 모습의 실습을 보여주고, 어떻게 몸을 움직이며 돌봐야 하는지 열심히 설명한다. 그럼, 칠십을 넘은 관절이 약한 분도 달리고, 밖에서 5분 이상을 걷지 못하던 분도 달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 늘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는 분도 달린다. 그저 움직일 수 있는 몸 어디든 움직이며 함께 몸을 달인다. 그렇게 매일 저녁 한 시간 정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달리기 라이브를 운영하는 그는 종로구 무악동에 사는 한의사 김삼태 씨다.
이쯤 되면 달리기 병이 도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의 말을 찬찬히 들어보면 귀가 솔깃해지는 부분이 있다.
“사람의 몸에 따라 할 수 있는 운동의 종류는 정말 다양해요. 달리기만 하더라도 일정 거리를 빠른 시간 내에 달리려는 기록 위주의 달리기가 있고, 얼마를 뛰더라도 상관없이 일정 시간을 뛰겠다는 시간 달리기도 있어요. 시간 달리기는 내 몸 처지에 맞게 뛰면 됩니다. 한 보폭이 5센티가 돼도 좋고 1센티가 되어도 좋고, 1밀리미터씩 간다는 마음으로 뛰어도 돼요. 내 몸에 맞게, 내 몸에만 집중해서 일정 시간을 달리면 되는 거죠. 하루는 그런 얘기를 그날 단톡방에서 해드렸더니, 아파서 뛰거나 걷는 건 엄두도 못 냈던 어떤 분이 치료를 받은 후 그날 그런 방식으로 11분을 달리고서 감격해서 톡을 올리셨어요. 내 몸에 맞게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임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내 직업은 한의사지만, 정작 내 몸도 여기저기 많이 아팠습니다. 서른네 살 무렵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하늘로 붕 떴다가 바닥에 떨어진 적도 있고, 디스크 파열로 육 개월 이상 지팡이에 의존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또 폐결핵 진단을 두 번 받았는데 두 번째는 당장 하던 일을 그만두고 결핵 요양병원에 가 요양해야만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지요. 그렇게 여기저기 아픈 곳들이 생기니 운동으로 내 몸을 건강하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때가 있었어요.
근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좋은 운동을 어떻게든 해봐야겠다고 했을 때조차도 달리기는 전혀 생각도 안 했지요. 왜냐하면 나도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똑같이 관절에도 별로 안 좋고 심장에도 안 좋을 거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등산이나 체조를 하면서 체력을 회복했어요. 근육이 부드러워야 한다는 기본 입장이 있었으니까요. 폐결핵 진단받고 34세부터 51세까지 했으니 15년 이상 그렇게 건강을 유지해 온 거죠.
그런 와중에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는 아주 개인적인 것이었어요. 건강을 위한 게 아니라 남들에게 자랑거리가 필요했으니까. 제가 40대 중반에 결혼해 아이들이랑 어디 가면 할아버지란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게 듣기 싫어서 겉으로 어마어마해 보이는 마라톤 풀코스를 무리하게 도전하고 철인삼종경기에 나가고 그랬지요. 그동안 익혀온 콧숨(입을 벌리지 않고 코로만 쉬는 것)으로 이런 경기들을 해내면 관절에는 좀 무리가 갈지언정, 심장이나 폐에는 크게 무리가 가지 않겠구나 싶었지요. 하지만 마라톤이 몸에 되게 좋을 거다 하는 기대는 없었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 반전이 일어난 거예요. 제가 맨발과 콧숨으로 달리기를 하거든요. 그렇게 한 지 육 개월이 지나니 허리나 무릎 같은 관절이 더 탄력이 생기고 튼튼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마라톤 시작하고 삼 개월 후에 풀코스 도전하고, 삼 개월 있다. 맨발 마라톤 시작하고, 바로 또 서브쓰리(마라톤 풀코스를 세 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 하겠다고 날마다 맨발로 뛰고 또 뛰었는데 발목, 무릎, 허리 이런 데가 하나도 안 아프고 힘이 점점 생겨났어요. 그래서 달리기가 몸에 왜 좋은지를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거지요.

고통스러운 마라톤이 아니라 편안하고 재미있는 마라톤
저는 몸을 위해서 달리기를 한 거니까, 힘들게 훈련했다기보다는 늘 코로만 숨 쉬며 가슴이 편안한 상태를 의식적으로 유지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는 의료인이니까, 달리기가 편하고 좋고 재미있는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달리기가 그렇게 될 수 있는 원리를 하나하나 다시 해석해 보고 분석해 봤어요. 그렇게 따져보니 달리기가 정맥 혈액순환의 좋은 방식이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달리기가 혈액순환에 좋다는 거 또 혈액순환은 심장이 건강하고 튼튼해야 잘 되는 거라는 건 알았는데 달리기가 심장으로 피를 되돌려주는 정맥 순환에 아주 좋은 거라는 것은 새로 알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움직임의 원리는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더 확장될 수 있어요. 마라톤은 뛸 수 있는 사람이 혈액을 펌프질하는 수단인 거고, 무릎이 아프거나 발목이 안 좋아 달리지 못하는 사람도 다른 쪽에서 빠르게 펌프질을 해 줄 수 있겠다고 생각을 확장하게 된 거지요.
그래서 꼭 다리가 아니더라도 신체의 다른 부분이 반복운동으로 빠르게 피를 돌려주면 심장으로 피가 잘 가고 그렇게 하면서 우리 몸은 더워집니다. 꼭 다리가 아니어도 근육을 한 번씩 빠르게 움직여 짜주는 게 내가 말하는 펌프질이고 정맥 순환이라는 거지요. 빠른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움직임 말이에요. 발로 땅을 빠르게 치고 나아가듯이 말입니다.
그럼 달리기를 꼭 뛰어가는 거로만 생각할 게 아니구나. 몸을 덥혀주고 데워주고, 달여주는 게 달리기겠구나 하고 생각한 거지요.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체온 이상의 열은 좀 오묘한 데가 있어요. 우리 몸의 건강한 세포와 병든 세포 혹은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은 열을 대하는 입장이 백팔십도 달라요. 우리 몸의 건강한 면역세포는 열이 있으면 더 쌩쌩해지고, 병든 세포나 암세포, 외부에서 침투해 오는 바이러스나 세균은 열이 들어오면 허약해져요. 그래서 감기에 걸리면 우리 몸은 스스로 열을 내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만들잖아요.
열이라는 게 그렇게 면역세포와 병든 세포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중요한 환경입니다. 근데 그 열이 심부 열이라고 속에서 생겨야 좋은 데 운동은 뼛속에서부터 열을 내는 일이니까 심부 열이 좋아져 면역력을 올라가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운동에서 풀려나온 그의 이야기에 많은 세월이 녹아있는 듯싶었다. 원리가 편안하게 들어있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인 듯싶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아침 출근 전 새벽 2~3시간 운동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 아주 오랫동안 운동하는 몸으로 길이 들었기에 가능한 운동량일 듯싶다.
“생각해 보면 뭐 태어나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몸으로 그렇게 놀았겠죠. 어려서부터 우리는 매일 몸으로 놀았으니까, 근데 세계보건기구에서도 하루 1~2시간 정도는 운동하라고 권장하거든요. 돌아보면 학창 시절도 뭘 하든 하루 한두 시간 정도는 뛰어놀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바쁘고, 직장인들은 직장인대로, 자영업자들도 그렇게 하루 10시간씩 일을 하니까 하루 2시간 정도 자기를 위해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죠.”
“저는 운동을 하려고 다른 시간을 줄였죠. 일, 운동, 가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생활해요. 운동이 취미이고 재미이고 그런 거죠. 그러니 다른 걸로 스트레스를 풀 일이 없어요. 운동을 처음부터 재미로 시작한 게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큰 비결인 것 같아요. 요새는 대부분 운동하시는 것 같아요. 헬스클럽을 다니든 만 보를 걷든, 다만 그거를 자기 몸에 맞게 치료가 되도록, 그러면서도 즐겁게 하는 운동 기법에서는 차이가 좀 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종로는 저 같은 팔다리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성인 남자가 운동하기에는 안성맞춤인 도시에요. 일단 인왕산, 북안산, 북한산, 안산 등 산이 많고 또 그 산에서 다른 곳으로도 쉽게 죽죽 뻗어나갈 수 있거든요. 산에서 내려와 경복궁 둘레만 쳐도 2.7킬로인데, 거기가 신호등이 없고, 인도, 자전거도로가 있어서 걷거나 뛰는 사람들은 마음껏 운동하기 좋아요. 종로는 그냥 집 밖으로 나오면 다 운동 장소다.
그에 비해 청소년들이 운동하기에는 참 쉽지 않은 곳이죠. 청소년들이 친구들끼리 산을 가기는 쉽지 않고 자전거 타고 한강에 가려면 무악재 넘고, 청계천 지나야 하니까 접근성이 좋지는 않고, 학교시설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고 어른과 청소년들이 같이, 그러니까 가족이 같이 가서 뛰어놀 만한 공간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종로는 산이 많으니까, 동네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활용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키면 좋겠다. 그런 상상을 해봐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몸 발달을 위한 시간도 부족하지만, 공간도 아주 부족해요. 우리 어려서 뛰어놀던 마당 놀이터 같은 개념으로 소규모 풋살도 하고, 농구도 하고. 구에서 시에서 철봉 만들어주듯이 그렇게 해주면 끼리끼리 어울려 운동하기 좋지 않으냐는 거죠. 우리나라는 기본 발상이 운동은 50~60대나 하는 거고 청소년들은 운동이 아니라 공부한다고 하는데 거꾸로 청소년기에 몸이 잘 커야 하니까 그런 환경을 종로구에 있는 자연환경을 이용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어릴 때부터 자기 몸을 스스로 다스리고 돌보고 키울 수 있는 훈련을 익혀놔야 평생 자기 건강 관리가 되는데, 성장기에 그걸 익히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요. 우리 중고등학교 때도 한두 시간 운동하며 노는 게 기본이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때 그렇게 뛰어놀았던 경험이 중장년이 되어서도 계속 운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까 관점을 바꿔서, 수요가 있어야 운동시설을 만든다가 아니라 밖에서 놀 수 있는 공간들이 보이면 거꾸로 아이들 문화도 몸 쓰는 문화로 바뀌어갈 것이라는 거죠.
아이들은 성장을 하기 때문에 성장하기 위해서 자꾸 팔다리를 자극을 주는 행위를 본능적으로 원해요. 그래서 자동으로 뛰어요. 뼈를 자극 줘서 크게 하려고. 그래서 환경만 주어지면 그냥 뛰어노는 게 아이들인데 그런 환경이 너무 없죠. 놀이에 어떤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몸놀이를 위한 공간이 학교와 집 주변에 많아야 한다. 그런데다 중고등 아이들이 시간도 없으니까 그냥 그런 운동같은 건 안해도 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죠. 운동은 나중에 커서 몸 관리하면 되지 이렇게요. 그런데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히요. 청소년들도 지금 소아당뇨, 소아비만 같은 대사성 질환들이 많거든요. 아이들이 뛰어놀아야 할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관념이 이런 현실을 만든게 아닌가 싶어요.”
어른을 위한 운동 조언도 조금 해주시죠.
“모든 운동은 자기 체력과 몸 상태에 맞게 해야 좋은 거니까, 거리를 기준으로 하지 말고 시간을 중심으로 하면 좋겠어요. 내가 꼭 인왕산 정상에 다녀오는 게 목표가 아니라, 한 시간이면 한 시간 인왕산을 중심으로 편하게 놀고 오면 되는 거예요.
또 하나는 내 몸이 아파, 나도 운동이 필요해. 그런데 꾸준히 하기는 잘 안될 것 같아. 그럴 때는 내 몸을 편한 상태로 자주 움직여줄 수 있는 게 집이거든요. 그렇게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집에서부터 인왕산 어디까지, 북악산 어디까지 30분 다녀온다. 40분 다녀온다. 그렇게 정해서 다니다 보면 자꾸자꾸 거리도 확장되고 인왕산도 가고 북악산도 가고 경복궁 어디를 가도 내가 편하게 왔다 갔다 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넓어집니다.
그렇게 한 백번을 할 수 있으면 어느새 우리 몸은 운동 친화적인 몸으로 바뀌어 있어요.”
운동도 100일
100일이요?
“왜 굳이 100일이냐면 우리 몸속의 피도 바뀌는데 100일 정도가 걸리거든요. 핏속의 적혈구 수명이 10일에서 120일이니까. 그래서 우리 몸속의 피가 운동하는 피로 바뀌는데 100일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운동하면서 생긴 피는 피의 속성이 운동이라고 보는 거죠. 핏속의 면역세포로 생각해도 빨리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면역세포가 된 거죠. 운동하는 세포. 말하자면 운동하는 본능이 생긴다고 할까요. 그러니 운동본능이 각인된 몸이 될 때까지 하루 20분이라도 꾸준히 운동하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몸이 바뀌어 소화도 잘되고 잠도 잘 오고 어딘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그 즐거움을 거스르기 어려워지죠.”
5년간 무료 단톡방 운영
운동으로 몸을 치료하고 관리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 5년간 단톡방을 운영하고 무료로 라이브톡을 진행한 지는 3년 정도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단순 운동만이 아닌 거기서 해부학 교과서를 가지고 몸 공부를 하니까, 저도 공부가 되고 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또 참여자들이 운동 결과를 올려주면 저도 보람도 되고, 또 무료로 하다 보니 오히려 위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또 이렇게 매일 라이브를 하다보니 일상이 그거 위주로 바뀌면서 다른 불필요한 일들도 많이 줄어들고요. ”
단톡방에 오셨던 분 중에 기억에 남는 분 계시는가요?
“많은 분이 계시는데 78세 목사님이 계셨는데 허리가 아파서 잘 못 걷고 그래서 수술을 권유받아서 수술하려고 마음먹고 있다고 어떻게 소개로 단톡방에 오셔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분이 제주도에 사시는데 꾸준히 라이브 방송에 오셔서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한 달 정도가 지났나. 그분이 10킬로 마라톤을 도전하시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대회까지 온라인으로 꾸준히 만나서 연습하고 오프라인으로 한 번 만나 달리기 실습도 했는데 실제 10킬로를 완주하셨어요. 그전에는 걷기는 걸었지만 늘 아파서 힘들어하고 바로 누워서 오래 있지 못하고 그렇게 지내셨어요. 그러니 달리기도 다리 달리기가 아니라 팔 달리기(어깨관절을 많이 움직여주는 동작)만 했지요. 그리고 점점 제자리 뛰기로 넘어가시더니 10킬로 마라톤을 도전하신다고 하더니 40~50년 만에 처음 그렇게 긴 거리를 달려보셨다 하더라고요. 한 달 사이에 대회를 두 번 나가셨어요. 그리고 이후에 안 물어봤어요. 운동을 안 하시려나 어쩌나 몰라서 안 물어봤어요. 그리고 두 달 지나 다시 만날 일이 있었어요. 만나서 목사님 허리 어떠세요? 물었지요. 그랬더니 옆에 계시던 분이, 운동 틈만 나면 하신다고. 날마다 한다고. 그래서 78세 연세에 좋아지신 거예요. 아, 역시 운동을 함께 나누는 힘은 이런 거구나, 알았죠. 이렇게 꾸준히 하는 분들이 생기고 그렇게 해서 몸이 건강해지게 되는구나. 나이와 상관없다. 나이와 상관없이 꾸준히 하면 좋아진다. 그분이 제가 만난 분 중에 몸이 아팠다가 10킬로 마라톤을 뛸 수 있었던 최장수분이셨어요.

근데 그 10킬로미터 마라톤이 독일 의사협회가 만든 독일 체력장 기준이에요. 90세 이상도 10킬로미터를 뛰어야 체력장 도장을 찍어주는데 10킬로미터는 90세가 넘는 관절도 뛸 수 있는 거리라는 말인 거죠. 그리고 90세가 넘어도 뛰어야 건강이 유지되니까 뛰라고 안내를 하는 거라는 말인 거죠. 근데 우리는 산이 이렇게 많은 산악국가인데 독일 사람들보다 더 강하면 강하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매일 아침 인왕산을 다니신다고 했는데 인왕산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인왕산은 세계에서 제일 도시의 산이죠. 가봐서 아시겠지만 인왕산 바위가 단단하면서도 야무지고 평평해서 그 바위에 있으면 사람이 차분해지고 흘러가는 구름도 보이고 바람도 시원해서 사람 마음이 차분해지고 사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산, 인왕산이에요. 위에는 바위이고 그 밑에는 소나무들이 100년 200년 된 것들이 많아 사시사철 푸른 기운이 나오고 그 사이사이 약수가 있어 물맛은 또 최고죠. 근데 그 구석구석을 잘 걸어 다닐 수 있게 길을 잘 만들어놨어요. 인왕산은 사람이 사는 동네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보기에는 위험하면서도 편하고 그러면서도 또 넉넉한 그런 산입니다.
우리 몸이 바위를 오를 때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수축과 이완이 확 옵니다. 말하자면 몸에 근육을 한번 제대로 쓰고 땀내고 확 쉬는 것이 바위를 오를 때 몸에 생기는 생리적 변화에요. 그러니 스트레스 풀러 바위를 가라. 바위를 오를 때는 몸에 긴장이 강하게 오고 근데 그 바위에 앉아 일단 몸이 쉴 수 있으면 몸이 확 풀립니다. 그리고 근처 약수터로 가서 시원한 물을 마셔라. 스트레스 술로 풀지 말고 약수로 풀어라, 스트레스를 술로 풀면 다시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데, 산에 가면 간 청소가 되고 폐 청소, 심장 청소되니까, 그러면 또 뇌가 맑아지니까.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는데 다 이유가 있어서 자주 오는 걸 거예요. 여러모로 인왕산을 가까이하시라고 꼭 추천해 드립니다. ”
이야기 듣는 김에 스마트폰 시대 쉽게 할 수 있는 운동 하나 소개해 주세요.
“스마트폰 시대에는 어깨 근육을 거의 안 쓰고, 거의 앉아서 손가락만 쓰는 거니까, 무리하지 않게 어깨관절 운동을 하는 게 일 번입니다. 안 움직여서 뻣뻣하게 굳은 근육을 한 번에 무리하게 움직이다 보면 상처가 나고 그 자리에 살이 덧붙여지면서 운동성이 더 떨어질 수 있어요. 부드럽게 늘어나서 탄력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프지 않은 방식으로 해도 우리 몸은 적응해서 변화될 수 있어요. 우리 마음이 아픈 건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아프지 않은 건 더 하려고 하잖아요. 안 아프고 자기 몸이 허용되는 범위로 하지만, 지루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가 운동하면서 딴생각하면 지루해지기 쉬워요. 그런데 이 운동을 하면서 그만큼 좋아지는 느껴보면서 한다면, 실시간으로 재미가 있는 거지요. 그만큼 움직이는 범위가 넓어지고 몸이 좋아지는 걸 스스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운동을 하더라도 몸에 주의를 두면서 하는 방식을 권장합니다.”
몸과 운동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물어도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듯싶었다. 일상의 많은 움직임들을 늘 내 몸을 살리는 방식으로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에 그냥 길이 새겨진 듯싶었다. 또 기회가 되면 더 많은 이야기 들으러 올게요. 인왕산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 나눠요. 맨발의 달리는 한의사님!
종로구 무악동 거주 한의사 김삼태 씨(62)
하루에 매일 십 킬로 이상 달린다. 그것도 35도에 육박하는 이 더위에.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경복궁 돌담. 종각 사거리. 사직동 낮은 집들 좁은 골목 사이사이. 낙산 성곽 아래. 달리다 보면 독립문에서 시작해 사직터널을 거쳐 경복궁, 거기서 북촌으로 이어지고, 다시 거꾸로 되밟아오면 하루 20킬로 정도는 종로의 산길과 도로를 맨발로 누비게 된다.
그럼 하루 종일 달리기만 하냐고. 직장인 한의원에 나가 진료를 보고, 집에 들어와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집 안에서. 그리고 이번에는 서른 명 넘게 들어와 있는 단톡방을 열고서. 직접 달리는 모습의 실습을 보여주고, 어떻게 몸을 움직이며 돌봐야 하는지 열심히 설명한다. 그럼, 칠십을 넘은 관절이 약한 분도 달리고, 밖에서 5분 이상을 걷지 못하던 분도 달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 늘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는 분도 달린다. 그저 움직일 수 있는 몸 어디든 움직이며 함께 몸을 달인다. 그렇게 매일 저녁 한 시간 정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달리기 라이브를 운영하는 그는 종로구 무악동에 사는 한의사 김삼태 씨다.
이쯤 되면 달리기 병이 도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의 말을 찬찬히 들어보면 귀가 솔깃해지는 부분이 있다.
“사람의 몸에 따라 할 수 있는 운동의 종류는 정말 다양해요. 달리기만 하더라도 일정 거리를 빠른 시간 내에 달리려는 기록 위주의 달리기가 있고, 얼마를 뛰더라도 상관없이 일정 시간을 뛰겠다는 시간 달리기도 있어요. 시간 달리기는 내 몸 처지에 맞게 뛰면 됩니다. 한 보폭이 5센티가 돼도 좋고 1센티가 되어도 좋고, 1밀리미터씩 간다는 마음으로 뛰어도 돼요. 내 몸에 맞게, 내 몸에만 집중해서 일정 시간을 달리면 되는 거죠. 하루는 그런 얘기를 그날 단톡방에서 해드렸더니, 아파서 뛰거나 걷는 건 엄두도 못 냈던 어떤 분이 치료를 받은 후 그날 그런 방식으로 11분을 달리고서 감격해서 톡을 올리셨어요. 내 몸에 맞게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임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내 직업은 한의사지만, 정작 내 몸도 여기저기 많이 아팠습니다. 서른네 살 무렵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하늘로 붕 떴다가 바닥에 떨어진 적도 있고, 디스크 파열로 육 개월 이상 지팡이에 의존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또 폐결핵 진단을 두 번 받았는데 두 번째는 당장 하던 일을 그만두고 결핵 요양병원에 가 요양해야만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지요. 그렇게 여기저기 아픈 곳들이 생기니 운동으로 내 몸을 건강하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때가 있었어요.
근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좋은 운동을 어떻게든 해봐야겠다고 했을 때조차도 달리기는 전혀 생각도 안 했지요. 왜냐하면 나도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똑같이 관절에도 별로 안 좋고 심장에도 안 좋을 거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등산이나 체조를 하면서 체력을 회복했어요. 근육이 부드러워야 한다는 기본 입장이 있었으니까요. 폐결핵 진단받고 34세부터 51세까지 했으니 15년 이상 그렇게 건강을 유지해 온 거죠.
그런 와중에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는 아주 개인적인 것이었어요. 건강을 위한 게 아니라 남들에게 자랑거리가 필요했으니까. 제가 40대 중반에 결혼해 아이들이랑 어디 가면 할아버지란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게 듣기 싫어서 겉으로 어마어마해 보이는 마라톤 풀코스를 무리하게 도전하고 철인삼종경기에 나가고 그랬지요. 그동안 익혀온 콧숨(입을 벌리지 않고 코로만 쉬는 것)으로 이런 경기들을 해내면 관절에는 좀 무리가 갈지언정, 심장이나 폐에는 크게 무리가 가지 않겠구나 싶었지요. 하지만 마라톤이 몸에 되게 좋을 거다 하는 기대는 없었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 반전이 일어난 거예요. 제가 맨발과 콧숨으로 달리기를 하거든요. 그렇게 한 지 육 개월이 지나니 허리나 무릎 같은 관절이 더 탄력이 생기고 튼튼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마라톤 시작하고 삼 개월 후에 풀코스 도전하고, 삼 개월 있다. 맨발 마라톤 시작하고, 바로 또 서브쓰리(마라톤 풀코스를 세 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 하겠다고 날마다 맨발로 뛰고 또 뛰었는데 발목, 무릎, 허리 이런 데가 하나도 안 아프고 힘이 점점 생겨났어요. 그래서 달리기가 몸에 왜 좋은지를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거지요.
고통스러운 마라톤이 아니라 편안하고 재미있는 마라톤
저는 몸을 위해서 달리기를 한 거니까, 힘들게 훈련했다기보다는 늘 코로만 숨 쉬며 가슴이 편안한 상태를 의식적으로 유지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는 의료인이니까, 달리기가 편하고 좋고 재미있는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달리기가 그렇게 될 수 있는 원리를 하나하나 다시 해석해 보고 분석해 봤어요. 그렇게 따져보니 달리기가 정맥 혈액순환의 좋은 방식이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달리기가 혈액순환에 좋다는 거 또 혈액순환은 심장이 건강하고 튼튼해야 잘 되는 거라는 건 알았는데 달리기가 심장으로 피를 되돌려주는 정맥 순환에 아주 좋은 거라는 것은 새로 알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움직임의 원리는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더 확장될 수 있어요. 마라톤은 뛸 수 있는 사람이 혈액을 펌프질하는 수단인 거고, 무릎이 아프거나 발목이 안 좋아 달리지 못하는 사람도 다른 쪽에서 빠르게 펌프질을 해 줄 수 있겠다고 생각을 확장하게 된 거지요.
그래서 꼭 다리가 아니더라도 신체의 다른 부분이 반복운동으로 빠르게 피를 돌려주면 심장으로 피가 잘 가고 그렇게 하면서 우리 몸은 더워집니다. 꼭 다리가 아니어도 근육을 한 번씩 빠르게 움직여 짜주는 게 내가 말하는 펌프질이고 정맥 순환이라는 거지요. 빠른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움직임 말이에요. 발로 땅을 빠르게 치고 나아가듯이 말입니다.
그럼 달리기를 꼭 뛰어가는 거로만 생각할 게 아니구나. 몸을 덥혀주고 데워주고, 달여주는 게 달리기겠구나 하고 생각한 거지요.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체온 이상의 열은 좀 오묘한 데가 있어요. 우리 몸의 건강한 세포와 병든 세포 혹은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은 열을 대하는 입장이 백팔십도 달라요. 우리 몸의 건강한 면역세포는 열이 있으면 더 쌩쌩해지고, 병든 세포나 암세포, 외부에서 침투해 오는 바이러스나 세균은 열이 들어오면 허약해져요. 그래서 감기에 걸리면 우리 몸은 스스로 열을 내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만들잖아요.
열이라는 게 그렇게 면역세포와 병든 세포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중요한 환경입니다. 근데 그 열이 심부 열이라고 속에서 생겨야 좋은 데 운동은 뼛속에서부터 열을 내는 일이니까 심부 열이 좋아져 면역력을 올라가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운동에서 풀려나온 그의 이야기에 많은 세월이 녹아있는 듯싶었다. 원리가 편안하게 들어있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인 듯싶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아침 출근 전 새벽 2~3시간 운동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 아주 오랫동안 운동하는 몸으로 길이 들었기에 가능한 운동량일 듯싶다.
“생각해 보면 뭐 태어나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몸으로 그렇게 놀았겠죠. 어려서부터 우리는 매일 몸으로 놀았으니까, 근데 세계보건기구에서도 하루 1~2시간 정도는 운동하라고 권장하거든요. 돌아보면 학창 시절도 뭘 하든 하루 한두 시간 정도는 뛰어놀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바쁘고, 직장인들은 직장인대로, 자영업자들도 그렇게 하루 10시간씩 일을 하니까 하루 2시간 정도 자기를 위해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죠.”
“저는 운동을 하려고 다른 시간을 줄였죠. 일, 운동, 가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생활해요. 운동이 취미이고 재미이고 그런 거죠. 그러니 다른 걸로 스트레스를 풀 일이 없어요. 운동을 처음부터 재미로 시작한 게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큰 비결인 것 같아요. 요새는 대부분 운동하시는 것 같아요. 헬스클럽을 다니든 만 보를 걷든, 다만 그거를 자기 몸에 맞게 치료가 되도록, 그러면서도 즐겁게 하는 운동 기법에서는 차이가 좀 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종로는 저 같은 팔다리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성인 남자가 운동하기에는 안성맞춤인 도시에요. 일단 인왕산, 북안산, 북한산, 안산 등 산이 많고 또 그 산에서 다른 곳으로도 쉽게 죽죽 뻗어나갈 수 있거든요. 산에서 내려와 경복궁 둘레만 쳐도 2.7킬로인데, 거기가 신호등이 없고, 인도, 자전거도로가 있어서 걷거나 뛰는 사람들은 마음껏 운동하기 좋아요. 종로는 그냥 집 밖으로 나오면 다 운동 장소다.
그에 비해 청소년들이 운동하기에는 참 쉽지 않은 곳이죠. 청소년들이 친구들끼리 산을 가기는 쉽지 않고 자전거 타고 한강에 가려면 무악재 넘고, 청계천 지나야 하니까 접근성이 좋지는 않고, 학교시설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고 어른과 청소년들이 같이, 그러니까 가족이 같이 가서 뛰어놀 만한 공간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종로는 산이 많으니까, 동네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활용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키면 좋겠다. 그런 상상을 해봐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몸 발달을 위한 시간도 부족하지만, 공간도 아주 부족해요. 우리 어려서 뛰어놀던 마당 놀이터 같은 개념으로 소규모 풋살도 하고, 농구도 하고. 구에서 시에서 철봉 만들어주듯이 그렇게 해주면 끼리끼리 어울려 운동하기 좋지 않으냐는 거죠. 우리나라는 기본 발상이 운동은 50~60대나 하는 거고 청소년들은 운동이 아니라 공부한다고 하는데 거꾸로 청소년기에 몸이 잘 커야 하니까 그런 환경을 종로구에 있는 자연환경을 이용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어릴 때부터 자기 몸을 스스로 다스리고 돌보고 키울 수 있는 훈련을 익혀놔야 평생 자기 건강 관리가 되는데, 성장기에 그걸 익히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요. 우리 중고등학교 때도 한두 시간 운동하며 노는 게 기본이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때 그렇게 뛰어놀았던 경험이 중장년이 되어서도 계속 운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까 관점을 바꿔서, 수요가 있어야 운동시설을 만든다가 아니라 밖에서 놀 수 있는 공간들이 보이면 거꾸로 아이들 문화도 몸 쓰는 문화로 바뀌어갈 것이라는 거죠.
아이들은 성장을 하기 때문에 성장하기 위해서 자꾸 팔다리를 자극을 주는 행위를 본능적으로 원해요. 그래서 자동으로 뛰어요. 뼈를 자극 줘서 크게 하려고. 그래서 환경만 주어지면 그냥 뛰어노는 게 아이들인데 그런 환경이 너무 없죠. 놀이에 어떤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몸놀이를 위한 공간이 학교와 집 주변에 많아야 한다. 그런데다 중고등 아이들이 시간도 없으니까 그냥 그런 운동같은 건 안해도 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죠. 운동은 나중에 커서 몸 관리하면 되지 이렇게요. 그런데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히요. 청소년들도 지금 소아당뇨, 소아비만 같은 대사성 질환들이 많거든요. 아이들이 뛰어놀아야 할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관념이 이런 현실을 만든게 아닌가 싶어요.”
어른을 위한 운동 조언도 조금 해주시죠.
“모든 운동은 자기 체력과 몸 상태에 맞게 해야 좋은 거니까, 거리를 기준으로 하지 말고 시간을 중심으로 하면 좋겠어요. 내가 꼭 인왕산 정상에 다녀오는 게 목표가 아니라, 한 시간이면 한 시간 인왕산을 중심으로 편하게 놀고 오면 되는 거예요.
또 하나는 내 몸이 아파, 나도 운동이 필요해. 그런데 꾸준히 하기는 잘 안될 것 같아. 그럴 때는 내 몸을 편한 상태로 자주 움직여줄 수 있는 게 집이거든요. 그렇게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집에서부터 인왕산 어디까지, 북악산 어디까지 30분 다녀온다. 40분 다녀온다. 그렇게 정해서 다니다 보면 자꾸자꾸 거리도 확장되고 인왕산도 가고 북악산도 가고 경복궁 어디를 가도 내가 편하게 왔다 갔다 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넓어집니다.
그렇게 한 백번을 할 수 있으면 어느새 우리 몸은 운동 친화적인 몸으로 바뀌어 있어요.”
운동도 100일
100일이요?
“왜 굳이 100일이냐면 우리 몸속의 피도 바뀌는데 100일 정도가 걸리거든요. 핏속의 적혈구 수명이 10일에서 120일이니까. 그래서 우리 몸속의 피가 운동하는 피로 바뀌는데 100일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운동하면서 생긴 피는 피의 속성이 운동이라고 보는 거죠. 핏속의 면역세포로 생각해도 빨리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면역세포가 된 거죠. 운동하는 세포. 말하자면 운동하는 본능이 생긴다고 할까요. 그러니 운동본능이 각인된 몸이 될 때까지 하루 20분이라도 꾸준히 운동하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몸이 바뀌어 소화도 잘되고 잠도 잘 오고 어딘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그 즐거움을 거스르기 어려워지죠.”
5년간 무료 단톡방 운영
운동으로 몸을 치료하고 관리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 5년간 단톡방을 운영하고 무료로 라이브톡을 진행한 지는 3년 정도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단순 운동만이 아닌 거기서 해부학 교과서를 가지고 몸 공부를 하니까, 저도 공부가 되고 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또 참여자들이 운동 결과를 올려주면 저도 보람도 되고, 또 무료로 하다 보니 오히려 위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또 이렇게 매일 라이브를 하다보니 일상이 그거 위주로 바뀌면서 다른 불필요한 일들도 많이 줄어들고요. ”
단톡방에 오셨던 분 중에 기억에 남는 분 계시는가요?
“많은 분이 계시는데 78세 목사님이 계셨는데 허리가 아파서 잘 못 걷고 그래서 수술을 권유받아서 수술하려고 마음먹고 있다고 어떻게 소개로 단톡방에 오셔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분이 제주도에 사시는데 꾸준히 라이브 방송에 오셔서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한 달 정도가 지났나. 그분이 10킬로 마라톤을 도전하시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대회까지 온라인으로 꾸준히 만나서 연습하고 오프라인으로 한 번 만나 달리기 실습도 했는데 실제 10킬로를 완주하셨어요. 그전에는 걷기는 걸었지만 늘 아파서 힘들어하고 바로 누워서 오래 있지 못하고 그렇게 지내셨어요. 그러니 달리기도 다리 달리기가 아니라 팔 달리기(어깨관절을 많이 움직여주는 동작)만 했지요. 그리고 점점 제자리 뛰기로 넘어가시더니 10킬로 마라톤을 도전하신다고 하더니 40~50년 만에 처음 그렇게 긴 거리를 달려보셨다 하더라고요. 한 달 사이에 대회를 두 번 나가셨어요. 그리고 이후에 안 물어봤어요. 운동을 안 하시려나 어쩌나 몰라서 안 물어봤어요. 그리고 두 달 지나 다시 만날 일이 있었어요. 만나서 목사님 허리 어떠세요? 물었지요. 그랬더니 옆에 계시던 분이, 운동 틈만 나면 하신다고. 날마다 한다고. 그래서 78세 연세에 좋아지신 거예요. 아, 역시 운동을 함께 나누는 힘은 이런 거구나, 알았죠. 이렇게 꾸준히 하는 분들이 생기고 그렇게 해서 몸이 건강해지게 되는구나. 나이와 상관없다. 나이와 상관없이 꾸준히 하면 좋아진다. 그분이 제가 만난 분 중에 몸이 아팠다가 10킬로 마라톤을 뛸 수 있었던 최장수분이셨어요.
근데 그 10킬로미터 마라톤이 독일 의사협회가 만든 독일 체력장 기준이에요. 90세 이상도 10킬로미터를 뛰어야 체력장 도장을 찍어주는데 10킬로미터는 90세가 넘는 관절도 뛸 수 있는 거리라는 말인 거죠. 그리고 90세가 넘어도 뛰어야 건강이 유지되니까 뛰라고 안내를 하는 거라는 말인 거죠. 근데 우리는 산이 이렇게 많은 산악국가인데 독일 사람들보다 더 강하면 강하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매일 아침 인왕산을 다니신다고 했는데 인왕산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인왕산은 세계에서 제일 도시의 산이죠. 가봐서 아시겠지만 인왕산 바위가 단단하면서도 야무지고 평평해서 그 바위에 있으면 사람이 차분해지고 흘러가는 구름도 보이고 바람도 시원해서 사람 마음이 차분해지고 사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산, 인왕산이에요. 위에는 바위이고 그 밑에는 소나무들이 100년 200년 된 것들이 많아 사시사철 푸른 기운이 나오고 그 사이사이 약수가 있어 물맛은 또 최고죠. 근데 그 구석구석을 잘 걸어 다닐 수 있게 길을 잘 만들어놨어요. 인왕산은 사람이 사는 동네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보기에는 위험하면서도 편하고 그러면서도 또 넉넉한 그런 산입니다.
우리 몸이 바위를 오를 때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수축과 이완이 확 옵니다. 말하자면 몸에 근육을 한번 제대로 쓰고 땀내고 확 쉬는 것이 바위를 오를 때 몸에 생기는 생리적 변화에요. 그러니 스트레스 풀러 바위를 가라. 바위를 오를 때는 몸에 긴장이 강하게 오고 근데 그 바위에 앉아 일단 몸이 쉴 수 있으면 몸이 확 풀립니다. 그리고 근처 약수터로 가서 시원한 물을 마셔라. 스트레스 술로 풀지 말고 약수로 풀어라, 스트레스를 술로 풀면 다시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데, 산에 가면 간 청소가 되고 폐 청소, 심장 청소되니까, 그러면 또 뇌가 맑아지니까.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는데 다 이유가 있어서 자주 오는 걸 거예요. 여러모로 인왕산을 가까이하시라고 꼭 추천해 드립니다. ”
이야기 듣는 김에 스마트폰 시대 쉽게 할 수 있는 운동 하나 소개해 주세요.
“스마트폰 시대에는 어깨 근육을 거의 안 쓰고, 거의 앉아서 손가락만 쓰는 거니까, 무리하지 않게 어깨관절 운동을 하는 게 일 번입니다. 안 움직여서 뻣뻣하게 굳은 근육을 한 번에 무리하게 움직이다 보면 상처가 나고 그 자리에 살이 덧붙여지면서 운동성이 더 떨어질 수 있어요. 부드럽게 늘어나서 탄력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프지 않은 방식으로 해도 우리 몸은 적응해서 변화될 수 있어요. 우리 마음이 아픈 건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아프지 않은 건 더 하려고 하잖아요. 안 아프고 자기 몸이 허용되는 범위로 하지만, 지루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가 운동하면서 딴생각하면 지루해지기 쉬워요. 그런데 이 운동을 하면서 그만큼 좋아지는 느껴보면서 한다면, 실시간으로 재미가 있는 거지요. 그만큼 움직이는 범위가 넓어지고 몸이 좋아지는 걸 스스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운동을 하더라도 몸에 주의를 두면서 하는 방식을 권장합니다.”
몸과 운동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물어도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듯싶었다. 일상의 많은 움직임들을 늘 내 몸을 살리는 방식으로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에 그냥 길이 새겨진 듯싶었다. 또 기회가 되면 더 많은 이야기 들으러 올게요. 인왕산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 나눠요. 맨발의 달리는 한의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