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지기 이야기] 서로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마을 안전망, 창신동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를 가다(기록: 최대용)

종로구주민소통센터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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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 <건강한 부모, 건강한 가정> 사업

○ 날짜: 2026년 5월 22일 금요일 저녁 7시

○ 장소: 창신동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

○ 기록: 최대용 기록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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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창신동 골목에 피어난 다국적 웃음소리

 

불타는 금요일 저녁 7시, 창신동 골목 노회찬의 집 바로 앞에 위치한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로 젊은 학부모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하루 종일 일터에서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온 이들이지만, 안부를 묻는 얼굴에는 피곤함 대신 반가운 기색이 가득했다. "나마스떼!", "안녕하세요!" 서로 다른 언어의 인사말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센터 안은 금세 온기로 가득 찼다.

퇴근 후 부랴부랴 달려올 부모들을 위해 센터 한편에는 정성스레 준비한 김밥과 시원한 음료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날의 프로그램은 주민소통 공모사업인 ‘건강한 부모, 건강한 가정’의 첫 번째 모임, 바로 ‘나무도마 만들기’ 목공 수업이다. 낯선 이국땅에서 치열하게 생계를 꾸려가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숨을 고르는 뜻깊은 시간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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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양의 나뭇결처럼, 서로를 채워주는 다문화 공동체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자 부모들은 사포로 나무를 문지르고 오일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거친 표면이 매끄러워지며 저마다 다른 고유의 깊고 근사한 나뭇결이 드러났다. 마치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가족들이 이곳 종로구 창신동에 모여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네팔에서 온 한 젊은 아빠는 진지한 표정으로 도마 한쪽에 인두로 고래 그림을 정성스레 새겨 넣었다. 그는 "이런 걸 직접 만들어 가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겁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오늘 모임에 처음 참여했다는 또 다른 아빠는 현장의 밝은 에너지에 반했는지, "다음 프로그램이 뭐든지 간에 무조건 믿고 무조건 오겠습니다!"라며 벌써부터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일본에서 온 지 12년이 되었다는 한 엄마는 유창한 한국어와 적극적인 성격으로 주변의 다른 부모들을 살뜰히 돕고 있었다.

"외동아이를 키우는데 처음에는 학교에서 오는 가정통신문 단어조차 너무 어려웠어요. 하지만 센터에 와서 다른 부모들과 교류하고, 성교육 같은 유익한 부모 교육도 들으면서 큰 도움을 받았죠. 작년에 갔던 남산 케이블카 나들이는 아직도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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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네 아이 없이 함께 먹이고 키웁니다"

 

허미성 센터장은 2021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이곳에 부임했다. 문을 닫았다 열기를 반복하던 힘든 시기를 지나, 이제는 상황이 풀리면서 참여 인원도 늘고 분위기도 몰라보게 활기차졌다. 허 센터장은 주민공모사업을 진행하며 겪은 감동적인 순간을 회상했다.

"첫해에 다 같이 경복궁에 갔었어요. 정말 더운 날씨였는데, 부모님들이 내 아이, 다른 집 아이 가리지 않고 똑같이 물을 챙겨 먹이시더라고요. 그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작년 남산 나들이 때는 26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나들이 가는 날은 온 가족이 총출동해요. 한국어가 서툰 분이 있으면 다른 분이 자연스럽게 통역을 해주며 서로 챙겨줍니다. 도움을 주고받는 진정한 공동체죠."

아빠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이 모임의 자랑이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빠들도 이제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마을 안에서 든든한 아빠 친구, 남편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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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 마을 공동체의 가치를 현재에 되살리다

 

이곳 창신동은 지금 우리 전통의 마을 공동체가 지녔던 상부상조의 가치를 현재에 되살려내는, 진정한 의미의 '마을 회복'을 일궈내고 있다. 방과 후 아이들이 외롭게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집처럼 편안한 동네 돌봄센터에 모여 함께 놀고 배우며, 그 덕분에 엄마와 아빠는 일터에서 안심하고 마음을 놓는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품앗이를 통해 서로의 삶을 지탱했던 것처럼, 현대 도시 속에서 사라져가던 따뜻한 정과 연대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는 고향을 떠나 낯선 환경에 터를 잡은 이향인(移鄕人)들의 외로움을 서로 달래주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서로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에 끈끈한 인정으로 서로를 돌보고 의지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치를 실험하는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신동은 지금 전통의 지혜와 미래의 포용성을 잇는 흥미로운 인간사회 실험장이자 위대한 도전의 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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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의 역사, 창신동의 촘촘한 돌봄 안전망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는 사단법인 참여성노동복지터 산하로, 올해로 무려 21년째 창신동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초창기에는 야간 작업이 많은 봉제업 종사 여성들의 자녀들이 방임되는 것을 막고, '밥 한 끼라도 따뜻하게 먹이자'는 마음으로 시작됐다. 얼마 전에는 센터 초창기에 이곳을 다니던 아이가 서른네 살의 청년이 되어 찾아와 돌봄 후배 아이들과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아주고 가기도 했다. 센터가 뿌린 사랑의 씨앗이 멋지게 자라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곳 아이들은 방과 후 태권도 학원이 끝나면 우르르 센터로 몰려온다. 기초학습뿐만 아니라 가야금, 해금 같은 전통음악과 방송댄스까지 배우며 자란다. 아이들이 집에서 흥얼거리는 판소리를 들으며 부모들은 문화의 힘을 자연스레 느낀다. 매년 열리는 정기 공연을 준비할 때면 무대 중심에 서고 싶어 하는 '센터병'에 걸릴 만큼 아이들의 자신감도 넘쳐난다. "우리 부모님이 보실 텐데 잘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 아이들을 보며 부모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이 아름다운 풍경의 밑바탕에는 아주 특별한 고백이 깔려 있다. 엄마, 아빠가 어느 나라에서 왔든, 이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의 고향은 바로 이 곳, 종로이다. 장차 아이들이 "나의 고향"이라고 당당하게 부르게 될 종로에서, 아이들은 일하며 배우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새로운 곳에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고 도전하는 젊은 열혈 부모들, 그리고 그들의 소중한 아이들이 종로에 와주어 참으로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다. 이렇게 소박하지만 위대한 사람들이 모여 대안적인 삶을 일구는 창신동의 기적을 만드는 진정한 주인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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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날 핑계가 되어주는 소중한 재원"

 

올해로 3년째 지원을 받고 있는 주민소통 공모사업은 이들에게 단순한 예산 그 이상이다. 허미성 센터장은 "큰 예산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소중한 재원"이라며, "이런 사업 덕분에 바쁜 부모들이 한 번이라도 더 만날 좋은 핑계가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달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올해는 앞으로 두 번의 부모교육(자녀의 또래 관계와 사회성 지도, 올바른 독서지도)과 서울숲 체험 나들이가 계획되어 있다. 올해의 목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지역 안에서 다 함께 잘 어울리고, 부모와 아이 모두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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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이 퐁퐁 솟아나는 살기 좋은 동네를 꿈꾸며

 

서글서글한 인상의 젊은 부모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우고, 어떻게 하면 이웃과 잘 살아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모습은 참으로 건강하고 아름다웠다. 센터는 단순한 돌봄 공간을 넘어, 창신동이라는 지역사회의 중심에서 가장 촘촘하고 안전한 '인간 안전망'을 짜 내려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몸은 지쳤을지라도 부모들의 얼굴에는 밤늦도록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연대가 있는 한, 창신동은 앞으로 더 살기 좋은 동네, 사는 사람들이 더욱 행복한 동네가 될 것이다. 이 즐거운 목공 수업의 자리에서, 창신동의 밝은 미래를 향한 소망이 퐁퐁 솟아나고 있었다.